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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흰구름 편지 - 가을의 기도
  작성일 : 2006-11-06
 

가을의 기도


글 이해인, 그림 김점선

 

 

 


 

가을이여, 어서 오세요!

가을, 가을, 하고 부르는 동안

나는 금방 흰구름을 닮은 가을의 시인이 되어 기도의 말을 마음속에 적어봅니다.


가을엔 나의 눈길이 저 푸른 하늘을 향해 파랗게 물들어서

더욱 깨어 있길 원합니다.

서늘하게 깨어 있는 눈길로 하루를 시작하고 사람들을 바라보는

가을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가을엔 나의 마음이 불타는 단풍 숲으로 들어가 붉게 물들어서

 더욱 사랑할 수 있길 원합니다.

 너그럽고 따뜻한 마음으로 하루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가을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가을엔 나의 손길이 보이지 않는 바람을 잡아

 그리움의 기도로 키우며 노래하길 원합니다.

 하루하루를 늘 기도로 시작하고 세상 만물을 위해 기도를 멈추지 않는

 기도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가을엔 나의 발길이 산길을 걷는 수행자처럼

 좀 더 성실하고 부지런해지길 원합니다.

 선과 진리의 길을 찾아 끝까지 인내하며 걸어가는

 가을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가을엔 나의 언어가 깊은 샘에서 길어 올린 물처럼

 맑고 담백하고 겸손하길 원합니다.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맑고 고운 말씨로 기쁨 전하는

 가을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가을엔 나의 행동 하나하나가 둥근 달빛을 받아

 고요하고 은은하길 원합니다.

 깊은 생각 어진 마음 키우며 꾸준히 책을 읽으며

 매사에 사려 깊고 지혜로운 가을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가을을 사랑하는 가을의 사람이 되어 길을 가는

 가을의 기쁨, 감사드립니다.

 가을이 주는 서늘한 평화 가슴에 안고 벗들을 불러보는

 가을의 은총, 감사드립니다.


 우리 함께 가을의 사람이 되어 가을을 노래하기로 해요.

 깊고 맑고 높고 착한 가을을 함께 살기로 해요.

 그러면 가을도 우리를 축복해줄 것입니다.

 우리는 가을의 열매처럼 아름다운 사람으로 익어갈 것입니다.


 

  월간<샘터>20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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