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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해인글방 - 가을에는
  작성일 : 2006-10-10

                                                                    가을에는

이번 가을에는 그동안 버려 두었던 단어 몇 개를 내 가슴에 품고 마음 깊이 스며들도록 할 것입니다

그것은 은혜. 감사. 사랑. 평화. 순결. 용기. 자유. 겸손. 지혜. 용서. 고독. 진실. 동행. 영원입니다.

 

이번 가을에는 아직도 행하지 못한 몇 가지 일들을 할 것입니다.

그것은 사랑하기. 욕심 버리기. 단순하기. 따뜻하기. 깊이 생각하기. 목소리 낮추기. 격려하기.

칭찬하기. 오래 참기. 많은 나누기입니다.

 

이번 가을에는 그동안 잊고 지내던 내 이웃을 향해 조용히 다가갈 것입니다.

그분들은 외로운 사람. 가난한 사람. 마음에 상처입은 사람. 슬픔 속에 있는 사람. 몸이 불편한 사람.

몸이 갇힌 사람입니다.

 

이번 가을에는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자연의 모습을 텅 빈 마음으로 바라볼 것입니다.

그것은 붉은 단풍 위에 펼쳐지는 쪽빛 하늘. 황금 들판. 투명한 햇살 속에서 익어가는 열매들에 핀

들국화 입니다.

 

이번 가을에는 그동안 들리지 않았던 정겹고 아름다운 소리를 귀담아들어 볼 것입니다.

그 소리는 가을을 전하는 노랫소리. 풀벌레 소리. 가을비 소리. 농부의 타작 소리. 아이의 웃음소리.

가족의 기도 소리입니다.

                                                              

이번 가을에는 아직도 내 마음밭에서 자라고 있는 몇 그루 나무를 뽑아낼 것입니다.

그 나무는 불평의 나무. 낙심의 나무. 의심의 나무. 이기심의 나무. 교만의 나무. 무관심의 나무.

게으름의 나무입니다.

                                                    - 정용철님의 책 <마음이 쉬는 의자>에서-

   

                                      

 

여러분 안녕하세요?

아름다운 가을이 깊어갑니다.

언젠가 저장해 두었던 위의 글을 다시 읽으니 좋아서 나누고 싶습니다.

10월에는 추석연휴가 끼어있으니 가족들과의 모임 외에도 아름다운 곳으로

여행을 다니는 분들도 많을 것 같네요.

우리도 가을이 되면 성지 순례를 하거나 코스모스와 억새풀이 출렁이는 곳으로

종종 가을 소풍을 가기도 합니다.

 

 

수녀는 늘 사랑 속에 자신을 다스리는 수행자, 남을 가르치는 선교사이며 교육자,

알뜰한 살림꾼이며 요리사, 사소한 것으로도 멋을 내는 생활 속의 예술인,

모든이에게 마음이 열려있는 기도자, 아픈이의 위로자...

참으로 모든이의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종합선물셋트'가 되어야 하니

때로는 삶이 고달프지 않겠어요?

각 개인이 다 할 수 없는 것을 공동체는 서로 서로 보완하게 해 주어 좋습니다.

공동체의 고마움을 새롭게 절감하는 요즘이에요.

 

      

 

저도 언제 기회가 오면 호스피스 교육을 받고 싶어요

자주는 아니지만 간병하며 제 나름대로 터득한 몇가지 사항을

혹시 다른분들에도 참고가 될까하여 생각나는대로 적어둡니다.

입으로 외우는 염경기도도 중요하지만 환자를 성심으로 돌보는 행위 역시

아주 중요한 기도의 예식임을 새롭게 절감하면서 말입니다.

 

♥  얼굴 표정은 늘 밝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환자의 기분도 밝아집니다

말씨는 평소보다 좀 더 상냥하고 공손하게 해야합니다:그래야 환자가 마음놓고 필요한 심부름을 시킵니다

다른 일은 하지 않고 오로지 병상의 그분에게만 마음과 시선을 집중합니다:그래야 환자가 돌봄의 주인공이

   자신임을 받아들이며 쓸쓸해 하지 않습니다 

때로 환자가 지나친 요구를 하거나 감당하기 힘든 고집을 부릴 때는 충분히 들어준 다음 '알아본다'고 하며

  간호사에게 가서 지혜를 구하고 마음이 다치거나 자존심 상하지 않게 평화적으로 설득합니다

  :그래야 환자가 믿고 의지합니다

대화를 할 수 있을 적엔 상대의 장점을 찾아 칭찬하고 격려하며 용기를 북돋워줍니다

   :그러면 기분이 좋아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일대기를 신나게 들려주기도 하지요

앞의 소임자에게 인계받은 사항 외에도 무엇을 더 잘 할 수 있을까 살펴보고 연구하여 메모를 했다가

   동의 하에 실행합니다:그러면 간혹 동화나 시도 읽어주며 공감대가 형성 됨을 느낄 수 있고 환자의 팔을

   주무를 적엔 손톱이 닿아 안 아프게 해야겠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환자의 입장을 배려하는 지향으로 자신의 피곤함과 어려움은(나중에 쉬면 되니까)들키지 않게 관리합니다

   :그래서 화장실 봉사할 적엔 냄새도 안 나는 것처럼 더 명랑하게 말하고 보호자의 밥은 더 맛있게 먹겠다고

    작정하면 정말 그렇게 되더라구요.

 

이 밖에도 많지만 오늘은 이쯤 할게요.

사랑이란 달콤한 낭만이 아니라 때론 자신과의 외로운 투쟁임을 배우고

당연한 것도 기적처럼 느껴지며 매사에 감사하는 법을 배우는 곳 또한 병원인 것 같습니다.

 

 

제가 최근의 어느날 일기에는 이렇게 적혀있던데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 옮겨 적습니다.

"사람들은 왜 그리 극단적인 말을 할까.

왜 좀 더 순하게 말을 하지 못하고 흥분된 기분을 절제 못하고 막말을 내뱉는 것일까.

화가 나면 그리해야하는 것일까-->(화가 난다는 이유로 그리해도 되는 것일까)

나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더라도 속상하고 그러 인해 엷은 상처를 받을 때가 많다

모처럼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면

그 사람에 대한 안부를 묻고 상대의 주변상황에 대한 이야길 하는게 옳지,

항간에 떠돌아다니는 소문,험담 그리고 자신의 질병 고통,

자랑부터 시작하는 습성을 버리지 못하는 이들을 대하면 금방 슬픈 마음이 된다.

나도 종종 이런 실수를 하지만 더욱 깨어있어--주위를 밝고 따뜻하게 하는 대화자가 되고 싶다.


 

                                       요즘 저의 곁에 있는 책들은,

<파인애플 스토리>(김두화 역/나침반), <알이 닭을 낳는다>(최재천/도요새), <마더 데레사의 단숨한 길>(마더 데

레사.백영미 역/사이), <새벽을 흔들어깨우리라>(마리아 루이스 스카퍼란다.강우식 역/바오로 딸), <길에서 만난

행복>(루이스 알렉산드레 솔라누 로씨.김항섭 역/바오로 딸), <길리아드:에임스 목사의 마지막 편지>(마릴린 로

빈스.공경희 역/지식의 날개), <안데르센 동화 123가지>(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한국어린이문화연구소 엮음),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공지영/황금 나침반), <루쉰의 편지>(리우푸친 엮음.임지영 역/이룸),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정수일/칭비), <낙천주의 예술가>(다니엘 리베스킨트.하연희 역/마음산책), <해에게선 깨진 종소리

가 난다>(노향림/창비) 등입니다.

 

 

올 해 안으로  해인의 신간 두 권이 출판사는 다르지만

쌍둥이 자매처럼 나오게 되었답니다.

1986년 <두레박>이후 20년만에 분도출판사에서 하나,

2004년 봄 이후 마음산책에서 하나 나오는데 아직 제목은 확실히 정해 지지 않고 논의 중입니다.

하나는 그간 지면에 발표되었던 글들이,

하나는 수년간의 해인방 소식에서 가려뽑은 글들을 토대로 한 것들이 묶여지는데...

나오면 읽어주셔요!

 

 

 

'한 개의 두루마리 만드는데 나무 세 그루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오늘 우리집 화장실에 들어가니 이런 글귀가 적혀 있네요.아껴쓰란 말일테지요.

사실 우리는 물 전기 종이를 낭비하는 경향이 많아요.

어쩌다 여행길 휴게소 화장실에 들어가 사람들이 물을 쓰거나

공동으로 비치된 화장지를 말아서 가져가는 걸 보면

제가 며칠 간 쓸 것을 한꺼번에 가져가곤 합니다.

모든 걸 아직 흔하게 사용할 수 있을 적에 좀 더 절약하는 우리가 되도록 해요.


저렇게 맑고 푸른 가을하늘을 보고도

여러분의 가슴이 뛰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는 겁니다.

아셨지요?

이 가을 부디 성실하게 노력해서 더욱 행복한 나날 이루시길 비오며,

 부산 광안리에서....해인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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