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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흰구름 편지 - 시월이를 위하여
  작성일 : 2006-07-07
시월이를 위하여

시월이를 위하여

글 이해인 
 

그림·김점선 ‘페르시안 고양이’

 

  내가 며칠 출장을 다녀와서 메일함을 여니 자료실 소임하는 아우 수녀들이 보낸 여러 글 중에 아래의 내용이 있었습니다.

 

「수녀님, 얼마 전에, 그러니까 골룸바 수녀님 돌아가시고 며칠 후, 시월이라는 고양이가 죽었습니다. 그동안 암브로시아 수녀님께서 키우시던 시월이를 자료실에서 밥 주며 키우고 있었거든요. 골룸바 수녀님 돌아가시던 즈음부터 안 보이기 시작하더니 며칠 후, 묘지 올라가는 다리 아래서 빗물이 빠진 후, 어딘가에서 떠내려 왔는지 옆으로 누운 채로 죽어 있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13일 주일이었나 봐요. 아저씨들께서 묻어주었구요. 본원에서 다른 임지로 옮겨 간 우리 암브로시아 수녀님께서 시월이를 보살피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사항들을 인계노트에 너무나 정성껏 쓰고 가셨는데 재미에 감동을 더해 주어 꼭 수녀님께 보여드리고 싶었답니다. 시월이 인계노트에 써 있는 내용 조금 써서 보내드릴게요… 수녀님께도 막간의 기쁨 시간되길 바랍니다.」

 

  나는 평소에 동물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자기가 죽을 때를 알고 어딘가에서 아무도 모르게 홀로 죽어간 시월이를 생각하며 (예기치 않게!) 참 많이 울었습니다. 오며 가며 이름만 한번씩 부르면서 늘 멀찍이서 바라보기만 하던 고양이었지만 정은 들 때 몰라도 날 때 안다고 나도 모르게 정이 많이 들었나 봅니다. 항상 여유롭고 가벼운 시월이의 걸음걸이, 야옹야옹하던 그 울음소리를 새삼 그리워하며 아래의 인계노트를 보니 다시 눈물이 납니다. 우리가 돌보야 할 생명체를 향한 애틋하고 각별한 한 수녀의 그 사랑의 마음이 어찌나 절절한지 혼자 읽기 아까워 나누고 싶습니다.


그림·김점선 ‘페르시안 고양이’

 

시월이(고양이)를 위한 인계노트:

우리의 시월이를 돌보아주심! 감사드립니다. 우리 수녀원에 가축으로는 마지막 남은 생명입니다(키우던 여러 마리의 개들도 다 전염병으로 희생되었기에 말입니다).
  
집고양이의 시작은: ‘오월이’이고 → (알마 수녀님이 키웠지요)
시월이는 2000년 10월에 태어났으며 6대째입니다. 한 달 만에 어미가 죽었고 죽은 어미 품에 있는 것을! 그것도 못 먹어서 영양실조상태로 비실비실한 것을 수사원에서 겨우 발견한 후 우린 강아지처럼 키웠지요. 그래서 밥도 야곰야곰이 아니라 팍!팍! 먹지요. 시월이는 증증모할머니인 오월이를 얼굴과 성격까지 빼다 박았죠. 밥은 주로 멸치다시를 뺀 멸치나 생선 찌꺼기 있으면 조금씩 섞어서 먹였습니다. 그동안은 유치원에서 나오는 멸치를 아까워서 아고보 수녀님께 말씀 드리고 얻어다 먹였습니다. 새 소임 받고 계속 먹이를 먹여온 생명이라 어쩔 수 없이 돌보아주실 분들이 처음일 것을 감안해서 좀 준비했습니다. 하루에 두 번 먹였는데 일단은 한 봉지를 두 번으로 나누든가 한 번으로는 좀 많을지는 모르지만 몇 시간 후 배고프다고 앙, 앙 거릴 것 같으니… 주시는 분이 알아서 주세요!


그림·김점선 ‘페르시안 고양이’


사람 얼굴을 익히고 말귀를 알아듣는 영물이라! 밥 주는 시간이 일정하면 반드시 집이나 근방에서 기다리고 있지요. 하지 말라는 일은 즉시 멈추고 그 눈 안에 ‘미안합니다’를 나타냅니다. 밥을 줄 때는 ‘시월아!’ 하고 불러 놓고 나타나면 주어야 하지요. 안 그러면 산고양이들이 모여들고 빼앗아 가니까요…. 계속해서 밥을 먹으러 오지 않으면 죽었다고 보면 됩니다. 고양이는 대체로 자기의 죽음을 보이지 않게 합니다.(이하 생략)

 

  이 밖에도 고양이 집을 관리하는 방법, 고양이가 아플 때의 증세, 친하게 되면 보이는 행동 유형, 자기 소임을 어떤 식으로 하여 주인을 기쁘게 하는지에 대하여 소상히 적고 있습니다. 인계노트에는 이런 글귀도 적혀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저에게 자연에 대한 연민을 주셔서 말 못하는 동물, 곤충, 식물들이 굶거나 병들었거나 상처입거나 시들면 이들과의 언어소통도 쉽게 할 수 있게 해주셨지요…. 그래서 종종 “성 프란치스꼬를 닮았다”는 과분한 별칭도 얻게 되었지요…. 참으로 그들에 대한 불쌍함을 저는 감출 수가 없습니다….

 

  얼마 전 누군가 수녀원 뒷산에 버린 강아지를 우리가 정성껏 보살피며 거두어 다른 곳에 입양시켜 보낼 적에도 우리는 이 수녀님 생각을 했습니다. 다들 징그럽다고 하는 지렁이나 지네를 발견해도 놀라기는커녕 지성으로 보살펴주는 수녀님을 보며 성한 동물조차 함부로 대하는 우리의 무심하고 무자비한 태도를 반성하곤 하였지요. 오늘은 시월이를 알뜰히 돌보며 사랑했던 우리 수녀님에게 전화라도 한 통 걸어야겠습니다.

 

   월간<샘터> 20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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