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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2월 - 기도1
  작성일 : 2006-02-02

 

      
      

* 안녕하세요?
위의 시는 시인 정호승님이 엮은 시선집<이 시를 가슴에 품는다>에 들어있는 시인데 기도생활에도 늘 소박한 초심이 필요함을 일러주는 시이기에 소개합니다. 일 년 열두 달 중에서 하루 이틀이 적은 2월이 참 매력 있고 좋습니다. 1월에 구정 명절이 끼어있어 이래저래 바쁘셨을 줄 압니다. 저는 글방을 이전하고도 왠지 마음이 잡히질 않아 서성이다가 조금씩 적응을 하고 있는 중이에요. 2월 8일-16일 연피정을 하면 더욱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 옷 새 구두에도 한참 동안 적응기간이 필요하듯 낯선 환경과 친해지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한 듯해요. 피정 틈틈이 글방을 다녀가는 우리 수녀님들과 침묵피정 중이라 일일이 인사를 나누진 못했지만 이 방 이름은 어디까지나 또 하나의 <기쁨이 열리는 창>이 되어야할 것 같습니다. 그 많은 책들은 장소가 좁아 아직 자료실 앞 복도에 두었고 여기는 잔잔한 음악과 향기로운 차와 기도의 촛불과 선물용 소품들이 있는 방으로 꾸며 두었답니다. 베토벤, 쇼팽, 모자르트의 음악, 유키 쿠라모토의 음악이나 성가를 듣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가라앉을 적엔 음색이 높고 고운 조수미의 목소리를 일부러 들어보기도 합니다. 우울했던 마음도 탄력을 받게 하는 높은 소프라노 목소리가 신기할 정도입니다.

* 요즘 저는 <아미엘의 일기>를 즐겨 읽으며 좋은 시간을 보냈고 어느 잡지사에서 부탁한 '감명깊게 읽은 책' 란에 이 책을 소개하기도 하였습니다. 올 해가 가기 전에 여러분도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 인생은 짧다. 우리의 일생을 다 바쳐도 누군가를 기쁘게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도 부족하다.
- 우리의 내면이 기분이나 감정에 치우치지 않도록 날마다 규칙적인 정신 수양이 필요하다. 정신은 날씨와 같다. 구름이 모이면 비가 되듯   번뇌가 모이면 고통이 뒤따른다.
-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습관은 격언 이상으로 중요한 몫을 한다. 인생은 습관이라는 직물을 짜는 작업을 하는 것임에 지나지 않는다.
- 타인과 함께 할 수 없었던 생애는 종말에 이르러서도 후회뿐이다.
- 이 세계를 창조한 신이 소멸하더라도 나는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 행복을 베풀고 선을 행해야 한다.
- 나는 나를 이해해 줄 것 같은 사람에게만 우정을 요구해 왔다. 지식을 소중히 여길 것 같은 사람에게만 대화를 신청했다. 그러나 그런 행동은 나의 오만에서 비롯된 것이다. 세상을 나에게 맞출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제 삼자가 나의 마음을 이해해주기 전에 내가 먼저 이웃의 속내를  이해해줘야 한다. 그것이 성실이다.   
   
                         - 앙리 프레데릭 아미엘 지음/김욱 역/바움출판사-

* 소설가 박완서 선생님의 맏딸인 호원숙님이 경기여고 가톨릭모임 홈페이지에 연재하였던 칼럼 '아침산책'을 모아 샘터사에서 <큰 나무 사이로 걸어가니 내 키가 커졌다>라는 책을 내는데 제가 간단히 표사 글을 쓰기도 하였답니다. 그의 '안전거리'에 대한 묵상이 맘에 들어 여러분과도 나누고 싶네요. 우리도 서로 서로 안전거리를 잘 지킬 수 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해가 떠오르기 전 아침노을이 아름다울 때가 있다.
물론 그 붉은 기운은 곧 사라지지만 저녁과 다른 점은 하늘이 더 밝게 퍼져 버린다는 것.
오늘은 좀 더 끼어 입고 산을 오른다. 홍차를 따뜻하게 타고. 목에도 따뜻한 수건을 두른다.
일찍 이 시간이면 만나는 자전거 녹색 어린이들의 행렬.
약간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오며 뒤에서 담당 교사는 <안전거리>를 소리친다.
내리막길에서 가속이 붙어 조금만 안전거리를 무시하면 현기증이 날 정도로 위험해진다.
늘 듣던 소리인데도 오늘 따라 뒤따르는 선생님의 안전거리라는 외침이 마음에 와 닿는다.
저 아이들이 커 가면서 선생님의 그 외침을 생각하게 될 것 같다.
오늘은 나에게 아이들을 진정 생각해 주는 사랑에 넘치는 말로 들린다.
사람과 사람 사이, 사물과 사람 사이의 안전거리를 생각한다.
너무 멀면 관계가 없어지고 너무 가까우면 충돌이 일어난다.
적당한 안전거리.
오늘은 그 낱말이 자꾸 내 머리 속에 굴러다닌다.
안전거리를 유지하면 서로의 자유를 지켜주면서 질서도 유지되고 세상이 잘 굴러갈 것 같다
]

* 지난 1월24일에는 부산시 교육원에 가서 여러 종류의 연수를 받고 있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시인과의 대화'시간을 2시간 가졌는데 저는 주로 체험적인 이야기를 나누었고 인생의 선배로서 들려주고 싶은 새해 덕담을 하였지요. 요약하자면 제가 사인 메시지로도 즐겨 적는 '어진 눈길 맑은 마음 고운 말씨 넓은 사랑'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는 2월22일에는 군종교구장의 요청으로 진해에 있는 해군사관학교 졸업생들에게 교양특강을 하러 간답니다. 전에도 경험했지만 육사 해사 사관생도들은 워낙 듣는 태도가 좋아 주위가 산만할까봐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 늘 저의 건강을 염려해 주시는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글씨 안 써지던 오른손, 오른팔이 아직 온전하진 않지만 그간 10번 가까이 물리치료 받고 나니 그래도 많이 좋아진 편입니다. 가르멜 수녀원의 언니 수녀님도 자주 뵙진 못하지만 그만그만하신 것 같고요. 저의 어머님 근황을 궁금히 여기시는 분이 많아 잠시 적습니다. 1912년생이신 저의 모친은 같은 말 반복하시고 밤낮을 다르게 사시며 안팎으로 분별력이 떨어지고 모습도 눈에 보이게 초췌해 지셨지만 식사도 잘하시는 편이고 우리와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만으로도 감사하지요. 예전에 제가 드린 선물을 제게 다시 주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짐짓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감사롭게 받는답니다. 그래야 기뻐하실 테니까요. 어머니의 기도를 받고 태어난 미국의 조카 권태균이 대학 졸업하고 여름에 돌아올 때까지 건재하시길 기도하며 기대하는 마음이랍니다. 지금 어머니와 함께 지내는 권계현양은 김치 볶음밥, 오므라이스, 오므렛 같은 것으로 할머니를 기쁘게 해 드리기도 하고 요즘은 김정식 로제리오님이 소개한 서울역 근방의 <빛나라 공부방>에 가서 영어를 가르치며 보람을 찾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 2월엔 해마다 하는 것처럼 우리 수녀원에도 청원착복, 수련착복, 첫서원, 종신서원식 등의 행사가 있어 우리 모두 봉헌의 첫 마음을 새롭히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3월 부산에 100년만의 눈이 내린 날 입회했던 자매들에게 제가 'snow smile'이라는 팀 이름을 지어주었는데 '2월3일 오후 5시, 수녀님도 꼭 오실거지요? 하며 조르는 예비수녀들이 사랑스럽습니다.

* 2월 24일에는 황철수 보좌 주교님의 서품식도 있으니 함께 기도해 주셔요. 직장에서 조기퇴임 했다고 속이고 안식년에 일부러 택시 회사에 취업을 해서 어려운 현장체험도 하신만큼 목자로서의 사목도 잘 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부산교구장이신 정명조 아우그스티노주교님도 폐암 수술을 받고 요양 중이시라 우리 모두 걱정하며 기도하고 있답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몸 마음이 아픈 분들이 정말 많아 우울해 지려고 한답니다. “아집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생애를  뒤돌아봐야 한다. 이것이 병이 주는 가르침이다. 다시 삶의 수레바퀴로 돌아가 너의 의무를 명심하고 출발하도록 하라. 이것이 바로 너의 양심과 이성이 부르짖는 외침이다. 인생은 짧고 위대하다. 인생은 신을 위해, 선을 위해, 인간의 행복을 위해 우리에게 잠시 맡겨진 삶이다. 성실해져라. 너의 영혼을 구제하라. 네 죽음의 잠자리를 위해 양심의 베개를 만들어 두어라” 일생을 병마와 싸웠던 아미엘의 일기의 한 구절로 이 글을 마무리 합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언제나 은총 속에 희망을 만들어가며 기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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