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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1월 - 내 마음의 사계절
  작성일 : 2005-03-31

 

     
                               
♡ 내 마음의 사계절  (이해인) ♡

  

         꽃을 만나기 전

         새 소리 먼저 들려오는 봄

         봄이 오면 나도

         삶을 새롭게 노래하는 새가 되렵니다

         얼음 덮인 침묵 속에 겨울을 견뎌

         더욱 맑고 투명해진

         나의 사랑을 안고

         봄과 같은 가벼움으로

         당신께 가는 이 마음 받아 주십시오

            

                 해 아래 서 있으면

                 단숨에 불길로 타 버릴 것 같은 여름

                 여름이 오면 나도 불꽃이 되렵니다

                 슬픔과 절망 속에

                 잃어버린 꿈 식어버린 열정

                 밖으로 불러내어땀흘리다보면

                 삶은 곧 축복이 될테지요?

                 웃음이 폭포로 쏟아지는 기쁨을 안고

                 여름과 같은 뜨거움으로

                 당신께 가는 이 마음 받아주십시오

             

         

                                                             

                                                        
 

    

* 순례자의 기도가 절로 떠오르는 위령의 달, 11월을 저는 참 좋아한답니다.

「가을이 깊어 감을 알리는 바람소리가 나는 참 좋다. 쏴아! 하고 바람이 불적마다 노랗게 물든 잎사귀들을 한 움큼씩 떨어뜨리는 성당 앞의 느티나무가 조금은 쓸쓸해 보인다. 요즘은 여기저기서 슬픈 소식을 많이 들어서인지 꿈에도 병석에 있는 사람들,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느티나무를 바라보다 소나무 산으로 오르는 길, 우리 수녀님들의 묘비 앞에서 잠시 기도를 하노라면 그들이 병상에서 임종을 앞두고 표현하던 애절한 참회와 감사의 말, 눈물 속에 용서를 청하던 그 순한 눈빛들이 생각나곤 한다. 사랑의 다른 이름인 '용서'란 얼마나 아름다운 덕목인가. 그러나 제대로 실천하려면 얼마나 큰 부담과 어려움을 감수해야하는 숙제인가. 수십 년을 수도자로 살면서 내게 가장 고통스러웠던 순간이 있었다면 그 누구를 내가 용서하지 못했을 때와 그 누구로부터 용서 받지 못했을 때라고 생각 한다. 그래서 '수백 번 입으로 외는 기도 보다 한 번 크게 용서하는 행동이 더 힘 있는 기도가 된다'라고 시에서도 표현한 적이 있다.」이것은 <<용서>>라는 책 서평에 제가 인용한 글이에요.

   

       

* 10월 22일엔 부산 문화회관 세원음악회에서 좋은 노래들을 많이 들었는데 특히 소리꾼 장사익님의 '찔레꽃','아버지','님은 먼곳에'를 감동적으로 들었답니다. 우리 수녀원에서 하루 묵으시고 해인글방 방명록에 사인도 하셨답니다. '하늘처럼 높고 푸르소서. 아름다운 시샘 흐르소서....'라고 말입니다. 서울 나팔꽃 컨서트에서 뵙고 이번이 두 번째인데 소박하고 정겨운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그분도 제가 생각 보다는 '참 편하고 정겹고 좋다!'고 느낌을 이야기 하시더군요.

 

*<맑고 향기롭게>에 종종 꽃과 식물 이야기를 쓰시고 수필집도 내신 권오분 선생님이 제게 노란 소국을 공 모양으로 20다발이나  엮어서 보내주셨답니다. 선생님의 선물 덕분에 이 가을내내 저의 방에선 국화 향기가 났답니다. 기념으로 사진을 하나 찍어두려고 하지요. 티벳트 고산지대에서 채집한 에델바이스(솜다리)꽃도 받았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고운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저의 곁에 있는 책들은:<프란치스꼬 저는>(까롤로 까렛도/장익 역/분도),<예수 자유의 길>(안셀름 그륀 김선태 역/분도),<제삼의 인생>(알폰스 데켄.김윤주 역/분도),<아름다운 영혼 행복한 미소>(마더 데레사/김순현 역/오늘의 책),<행복하게 미소짓는 법>(성전스님/도솔), <매혹과 곤혹>(정혜경 평론집/열림원),<탐서주의자의 책>(표정훈/마음산책),<연탄길4>(이철환/삼진기획),<사과나무>(반숙자/선우미디),<세상은 우리가 사랑한만큼 아름답다>(박범신외16인/고려문화사),<마중 나온 행복>(홍미숙/연우출판사),<왜?>(지미 글 그림/원지영 역/샘터),<만화로 보는 좋은 생각>(글:김미숙외 그림:김동화/좋은생각),<바닷가 오막살이>(구용/아동문예)등 입니다.


                                                               

*「양미경 엘리사벳입니다. 서울에 오셨을 때 만나 뵙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책사인하시느라 힘들지는 않으신지요. 정성스럽게 사인 해주신 시집은 잘 건네받았습니다. 생각지도 않게 수녀님의 시집을 선물 받아 너무 고맙고, 행복했습니다. 저는 이 가을을 너무 좋아합니다. 계절이 가고 오지만, 늘 같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래서 수녀님을 알게 된 이 가을이 마냥 좋으네요. 수녀님의 시집을 자주 열어보며 미소 지을 수 있는 시간을 주셔서 행복하구요. 이 순간,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으로 넘쳐나네요.....」드라마 <대장금>에서 한상궁의 역할로 사랑 받은 탤런트 양미경님의 팬 카페에서 운영진들이 사인회에 왔기에 그들이 내민 꽃 시집을 사인해 보냈더니 위와 같은 내용의(부분 인용함)멜이 왔답니다.

* 이런 저런 공적인 행사가 다 끝나게 되는 11월부터는 저도 본격적으로 치과 치료를 시작할 것입니다. 연말에라도 좀 고요히 지내야할 것 같아서 이미 약속을 해 두었던 12월의 특강들도 취소를 하였답니다. 올해 안으로 미루었던 종합검진도 한 번 받아 볼 예정인데 또 다시 해를 넘길지도 모르지요.

* 카페 <민들레의 영토>에 새로이 마련 된 '짧은 글 긴 여운'에 여러분도 많이 참여하셔서 책이나 잡지에서 읽은 좋은 글귀들을 서로 나누며 일상의 삶에 양식이 되게 하면 좋겠습니다.

-하늘이 어디를 가든 파랗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 온 세상을 다 돌아다닐 필요는 없다(괴테)-는 말을 저는 제일 먼저 올렸답니다.


* '저는 원합니다. 그리고 당신을 위해 그것을 하겠습니다.' 라는 마음에서 차츰 '저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저를 위해 이것을 해 주실 분은 당신 자신이십니다' 로 바뀌었습니다.

                                                                -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

들국화님이 '짧은 글 긴 여운'방에 옮긴 이 구절은 전에도 읽은 글이지만 문득 새롭고 갈수록 자기 자신의 힘이나 능력 보다는 주님의 자비에 의탁하고 신뢰해야겠다는 마음이 강해지는 요즘의 제게 이 말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네요.'사랑의 작은 길'을 달려가려면 마음은 더 크고 넓어야만 한다는 것을 새롭게 배웁니다. 어린이처럼 된다는 것은 자신을 낮추는 겸손과 비움인 것도--

* 10.24일 울림예술 대상 시상식장까지 일부러 오시어 함께 기쁨을 나누어주신 여러분들에게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래저래 저는 늘 사랑의 빚을 많이 지고 사네요.

깊어가는 이 가을도 내내 건강하시고 감사의 발견으로 이어지는 푸른 날들이시길 기원합니다.

       부산 광안리 수녀원 자그만 '해인글방'에서 오늘도 기도를 부탁드리면서......안녕히!

 

푸른 하늘도 살며시 내려와

바람소리에 가슴을 여는 가을

가을이 오면 나도 바람이 되렵니다

동서남북 세상곳곳

여기저기 달려가서

생명을 불어넣는 바람

바람에 잘 익은 기도를 안고

가을 같은 서늘함으로

당신께 가는 이 마음 받아주십시오

  

춥고 힘들어도

하얀 눈을 기다리는 겨울

겨울이 오면 나도 눈꽃이 되렵니다

상처 받아 어둠 속에 숨은 이들

죄를 뉘우치며 눈물로 엎드린 이들

하얗게 덮어 주는 위로의 눈꽃

순결함이 빚어 낸 지혜를 안고

겨울 같은 눈부심으로

당신께 가는 이 마음 받아주십시오

 


*
지난 10월 21일엔 본원 식구들끼리 지리산 피아골에 가을소풍을 다녀왔답니다.

한 집에 살아도 다른 소임 때문에 서로 대화가 부족했던 이들끼리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며 부담 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들....저는 출장 관계로 자주 빠졌기에 함께 하는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여겨졌고 '우리와 함께 하니 반갑네요!'하는 인사를 들으니 행복했답니다.단풍도 아름다웠지만 해질 무렵의 섬진강변 하얀 모래밭에서 같이 노래를 부르던 기억은 오래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아우들의 청에 못 이겨 동요를 부르고 귀여운 율동도 하였답니다.

 


*10월엔 강남 영풍문고 성분도병원바자회 그리고  본당특강 등에서 하도 책 사인을 많이 한 탓인지 요즘은 저의 작은 왼손이 아주 약해져서 어서 옛날처럼 최소한의 힘을 키워보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잘 안 되네요. 여름에 오른손 깁스하면서 왼손을 많이 사용했고, 낫고 나서는 다시 오른 손을 많이 썼는데 왜 왼 손이 아픈지 궁금할 뿐이랍니다. 물리치료라도 몇 번 받아야할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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