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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0월 - 그리움의 계절, 가을의 문턱에서
  작성일 : 2005-03-31

그리움의 계절, 가을의 문턱에서

                              옆모습 (안도현)



                              나무는 나무하고

                              서로 마주 보지 않으며

                              등 돌리고 밤새 우는 법도 없다

                              나무는 사랑하면 그냥,

                              옆모습만 보여 준다


                              옆모습이란 말, 얼마나 좋아

                              옆모습, 옆모습, 자꾸 말하다보면

                              옆구리가 시큰거리잖아


                              옆모습과 뒷모습이

                              그렇게 반반씩

                              들어앉아 있는 거


                              당신하고

                              나하고는

                              옆모습을 단 하루라도

                              오랫동안 바라보자

                             사나흘이라도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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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도현 시인의 새 시집<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창비시선 239)중에서 위의 시를 읽다가 그래 그래 고개를 끄덕이는 시간이 있었답니다. 여러분도 공감하실거라 믿어요.


*광안리 본원에도 이젠 가을의 기도와 같은 여러 빛깔의 국화가 피기 시작하였고 과꽃, 백일홍,봉숭아, 분꽃도 아직 지지 않고 피어있답니다. 지금은 치과로 사용하고 있는 예전의 해인글방 앞엔 저의 어머니가 꽃씨를 주시어 제가 심은 분꽃들이 어찌나 많이 피어있는지 오며 가며 더욱 정겨운 눈길로 정담을 나누곤 하였지요. 꽃들은 언제 어디서나 따뜻한 위로가 되어주곤 합니다. 지난 9월 20일과 22일 광안리 본원에서는 기공식을 두 번 하였어요. 우리 공동체 회원들의 부모님을 모실 수 있는 소규모의 쉼터와 성분도 치과와 교육관을 위한 기공식 이였지요. 늘 긴장이 따르는 새 건물 건축이 끝까지 잘 진행 될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 제가 며칠 출장을 다녀오니 13명의 새 자매들이 입회를 하였는데 젊고 아릿다운 새 식구가 늘어 다들 기뻐한답니다. 언제 이분들을 만나 고운 그림엽서를 건네며 수업도 하고 차도 마시고 해야 하는데 좀체 짬이 나질 않네요. 제법 긴 추석 연휴엔 우리도 쉬어가며 즐겁게 지내긴 하지만 나름대로 할 일들이 제법 많답니다. 직원들 대신 안내실 당번, 주일밥하기,간병하기, 정원돌보기, 손님맞이, 각자 밀린 일 하기 등등.


* 제가 이미 읽었거나 읽으려고 곁에 둔 책들은:

<이순이 루갈다 남매 옥중 편지>(김진소 편저/양희찬 변주승 역/천주교 호남교회사 연구소),<한여름밤의 고전산책>(글:박서림 전각:정병례/샘터),<용서>(달라이 라마. 빅터 챈 지음/류시화 역/오래된 미래), <집 없는 아이 1.2>(엑토르 말로 지음/원용옥 역/궁리),<아버지 노릇>(펑쯔 카이 산문집/홍승직 역/궁리),<내가 말을 배우기 전 세상은 아름다웠다>(돈 미겔 루이스/이진 역/더 북 컴퍼니),<사진집: 인간 12>(최민식/타임 스페이스),<가슴에 묻은 한 마디>(안 영/한국소설가협회),<그녀들의 메르헨>(루이제 린저 외/이용숙 역/마음산책)<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안도현/창비),<맨발>(문태준/창비),<절망이 아닌 선택>(디이 도어 루빈/안정효 역/나무생각), 차 한잔의 음악 읽기>(유혜자/선우 미디어),<유쾌한 대화법> (이정숙/나무생각),<사라진 손바닥>(나희덕/문학과지성사),<300억의 사나이>(한원태.김영한/다산북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111선/김경훈 엮음/푸르름),<국보가 된 조선 막사발>(신봉승 역사에세이/삶과 꿈)등입니다. 신봉승님의 이야기가 좋아서 11월에 우리도 한 번 모시려고 한답니다.


* 10월4일부터 7일까진 이라는 제목의 재교육-워크샵에 참여하러 충남 솔뫼에 다녀온답니다. 공동체에서 각자 본인과 잘 아는 사람들 5명이 설문에 답한 것을 본인 모르게 연구실에 보내고 본인도 답한 것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자신을 아는데 도움이 되게 하는 프로그램인가본데 미국의 어느 신부님이 창안하신 것이라고 합니다.


* "꽃은 흩어지고 그리움은 모이고" 이해인 출간기념 사인회가 2004년 10월9일 토요일 오후3시 (2시엔<자전거 여행의 저자>김훈님의 사인회)영풍문고 강남점 문예매장에서 있을 것이니 그 곳에 오시는 분들과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겠네요.분도출판사에서 아주 오랜만에 책을 낸 것이 독자들의 반응이 좋아 저도 매우 기쁘답니다.

 

 

 

* 8월 초에 다쳐서 고생한 팔은 이제 거의 다 나았고,    발목은 아픔이 좀 길게 가서 걱정을 하였는데 조금씩 나아가는 중이랍니다. 우리 동네 <이상훈 정형외과>를 다니는데 선생님도 직원들도 다 친절하고 좋은 분들 같아서 신뢰가 갑니다. 동네 병원을 다니는 덕에 오며 가며 들리는 한승표 빵집, 엄지약국, 삼성도서, 필립보 양화점, 하나로 카드 판매점, 천사꽃집, 한독사진관의 이웃들과도 더 가까워질 수 있었음을 고마워한답니다. 한 여름에 일손을 놓고 있었기에 편지 쓰는 일, 글 쓰는 일들이 어쩔 수 없이 많이 밀려있지만 그 대신 생각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음을 고마워합니다. 안 좋은 일이 생기면 그에 따르는 좋은 일도 더불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저의 가족들, 특히 병환 중이신 저의 어머님을 위해 기도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병원에 계실 적엔 당장 돌아가실 것만 같았는데 퇴원 후 미국에서 다니러 온 막내딸의 지극한 돌봄을 받으시고 다시 소생하시어 지금은 쇠약하신 그대로지만...짬짬이 뜨게질까지 하실 정도로 좋아지셨답니다. 아무래도 어느 기관에 가 계시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 같아 몇 군데 알아보기도 하였지만 일단은 동생이 미국에서 아주 귀국할 때까지 그대로 길음동 동생 집에 계시기로 하였답니다. 어머니 병환 덕분에? 수십 년 만에 세 자매가 모여 며칠을 함께 지낸 것도 평생을 잊지 못할 은혜로운 시간이었답니다.78년생인 조카 레지나가 부쳐준 별명이 큰 이모는 겁이 많고 순하다고 곰순이, 둘째 이모는 똥순이(할머니의 이동변기를 안 찡그리고 잘 비운다고), 막내인 제 엄마는 밥 당번이라 밥순이..라고 했답니다. 재미있지요? 똥순이는 어감이 안 좋아서 저는 앞으로 복순이나 길순이로 바꾸어 달라 하려구요

 

 
그동안 여길 다녀간 손님들 중엔 글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부산 동래구 영재학교 40여명의 학생들과 지도교사들, 학교 숙제로 대전에서 기차 타고 부산까지 탐방을 온 어은중학교 학생들 그리고 '해인글방'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서 안동에서 일부러 다녀간 국어교사 등이 기억에 남습니다. 제 마음도 한결 젊어지는 것 같아서 좋았지요. 처음 온 수녀원을 신기해하며 집에 돌아가서도 메일을 보내오곤 하지요

 

 


* 가을은 이별의 쓸쓸함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는 계절이다.

가을은 기도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단풍 든 산을 보며 기도하고 싶게 만드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가을은 떠난 사람을 더욱 못 잊어버리게 만드는 그리움의 계절이다.

만났을 때의 그 정겨운 표정, 부담없는 대화, 밝은 웃음이 아직도 눈에 선한 어떤 사람을 이 세상에서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못 견디게 서러워 울게 만드는 슬픔의 계절이다.

................중략

「아직 살아있는 동안 더 많이 사랑하십시오.

아직 살아있는 더 밝게 웃으십시오.

아직 살아있는 동안 더 넓게 용서하십시오.

아직 살아있는 동안 더 깊이 기도하십시오.

더 중요한 일을 위해 덜 중요한 일을 포기할 줄 아는 지혜를 지니십시오」 

 

-이해인의 '이별연습'에서


요즘 제가 자주 저 자신에게 일러주고 싶은 말이랍니다. 다음 소식 드릴 때까지 내내 건강하시고
아름다우시길 기도드리면서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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