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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4월 - 꽃
  작성일 : 2005-03-30

 

                                   꽃 2           하청호

 

 

꽃은 싸움 뒤에 오는 평화입니다

한 알의 씨앗이

땅에 떨어지는 그때부터

싸움은 시작 됩니다

한 방울의 물과

한 줌의 햇빛을 얻기 위해

세찬 비바람과

벌레와 짐승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싸워야 합니다

한 송이 꽃은

이런 싸움 뒤에 오는 평화입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꽃은 싸움 뒤에 오는 평화'라는 하청호 시인의 글을 읽으면서 '그래.맞아!'하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시인은 어쩌면 그런 표현을 찾아서 할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합니다.

 

2004년도 1,2,3월 다 지나가고 어느새 4월입니다. 부활축제를 향해 가는 마음과 발걸음도 온통 진달래 빛이면 좋겠습니다. 봄꽃들이 저마다 향기를 뿜어내는 수도원 뜰에서 봄을 노래하는 새들과 함께 때로는 기뻐하고 때로는 나라를 위한 걱정도 조금 하면서 3월을 보냈습니다.

 

*지난 월피정 날엔 <녹색평론>주간인 김종철님과 성공회 대학에서 평화학을 강의하는 박성준님의 특강을 들었는데 우리에게 신선한 자극과 감동을 주었답니다. 말보다 실천이 앞서는 사람들은 어쩌다 극단적인 표현을 하더라도 밉지 않고 그 표정은 순수한 빛을 간직하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요즘 제가 읽었거나 곁에 둔 책들은 <내가 너희와 함께 있겠다>(카롤로 마르티니/김선태), <단 한 사람>(이진명/열림원), <보시니 좋았다>(박완서/이레), <옛애인의 집(이원규/솔), <이제야 너희를 만났다>(신달자/문학수첩),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 납니다>(이오덕. 권정생/한길사), <나비동화>(지오콘다 벨리 임정희 역/화니북스), <저구마을 아침편지>(이진우/열림원),  <성공을 부르는 말 실패를 부르는 말>(후쿠다 다케시 양윤옥 역)....등입니다.

 

*여기에 다 소개할 순 없지만....알라딘과 yes 24 인터넷 서점에 익명의 독자들이 해인의 책마다 틈틈이 남겨놓은 글들을 읽으며  그 내용들이 어찌나 다정하고 정겨운지 지난 30년 동안 저의 글을 읽어준 그토록 많은 독자들을 향해  새삼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글됨됨이도 사람됨도 한없이 부족한 저에게, 때로는 자신의 소임에서 오는 작은 어려움을 감당 못하고  힘들어 하기도 하는 저에게 독자들의 보이지 않는 그 응원은 제게 새로운 선물이 되어 주었습니다. 다시 감사드립니다!

 

* 아래의 글은 도서출판 <나무생각> 한 순 주간께서 메일로 보내준 글인데 내용이 좋아 소개하고 싶네요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안다는 건

나무와 나무의 속삭임을

들을 줄 아는 것입니다

긴 세월 침묵하는 나무들의 음성을

견고한 땅속으로부터 들을 수 있는

맑은 마음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용서한다는 건

바다가 파도를 토해내듯

온몸으로 아파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밤새워 바다의 신음을 안고

울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손끝에 남아있는

마지막 욕심까지 버렸을 때

가능한 것입니다

마음을 비우고 다시는 채우려하지 않을 때

사랑은 완성되는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루어지는

삶이란, 인생의 끝이 죽음인 것을

서서히 확인해 나가는

힘겨운 과정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것을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

또한 우리의 삶인 것입니다. (김희옥. 사람과 사람사이)

 

 

* 어제는(4.1) 진해 미해군부대를 방문할 일이 있어 갔다가 말만 듣던 대단한 벚꽃길을 지나 가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에도 한 번 지나치긴 했어도 벚꽃이 질 무렵이었는데 이번엔 마침 군항제 기간 중이라 제대로 감상 할 수 있었지요.

 

푸른 나무들 사이 사이로 보이는 분홍빛 꽃구름은 정말 환상적이었지요. 외지에서 오는 많은 인파로 교통사정도 안 좋고 복잡하여 진해 사람들은 벚꽃축제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상록수 위의 미세한 거미줄에도 벚꽃들이 붙어 있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우리집 마당의 살구꽃이 '왜 다들 벚꽃에만 관심을 갖지요? 나도 이렇게 예쁜데...'하는 소리를 어느 날 진짜로 들었답니다.
  

저는 부활절 지나고 4월 중순경엔 9순의 어머니를 뵙고 올 예정이며, 경남 고성군 대가면에 있는 우리 수녀원에서(4/28-5/6)  아직 하지 못한 연중 피정을 하려고 하니 기도 중에 기억해 주시길 부탁드릴게요. 좀 더 성서에 깊이 맛들이며 묵상하는 법을 배우고 좀 더 한결같이 이웃을 사랑할 줄 아는 수도자가 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Lectio Divina 피정 지도는 이연학 요나 수사신부님이 하시지요)
 

* 수녀원 주변은 요즘 이런 저런 공사들로 매우 어수선하답니다. 그런 가운데도 저는 자연과 더 가까이 지내는 시간을 많이 낼 수 있어서 좋아요. 그동안 쓴 여러 꽃시들만 따로 불러모아 읽어보기도 하고 박물관 수준이라 할만큼 많은 분량의 편지들을 정리하며  필요한 답을 해 주기도 하고 공동체에 손님들이 오면 제가 개발한 아름다운 방식대로(비밀이에요!) 향기로운 대접을 하기도 하면서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안에 있는 시간이 많으니 갈등도 적어지는 평화를 경험하지만 이것이 안일과 게으름이 되지 않도록 애를 써야겠습니다.
 

* '지리산 흙피리 소년 한태주 창작연주집'이라고 부제가 달린<하늘연못>이란 cd를 광주에서 송련(카페이름:보나송)님이  연주가의 사인까지 받아다 선물로 주어 요즘 종종 듣는데 참 좋아요.  아직 안 들은 분들은 이 소년의 오카리나 연주를 한 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저에게 늘 버팀목이 되어 주시고 향기로운 꽃이 되어 주시는...사랑하는 여러분, 부디 건강하시고 날마다 새롭게 부활하는 희망의 봄사람이 되시길 기도드립니다. 알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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