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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날을 여는 詩
  작성일 : 2009-02-16

용서하십시오 2009년 2월호
 
 
용서하십시오

한 해의 마지막 날인 오늘
차분히 심호흡을 하는 오늘
해 아래 살아 있는 기쁨을 감사드리며
우리 함께 무릎 꿇고 기도합니다
밤새 뉘우침의 눈물로 빚어낸
하얀 평화가
새해 아침을 더욱 아름답게 해주십시오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원한다고 하면서도
부끄러운 행동을 많이 했습니다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는
오만함으로 죄를 짓고도
참회하지 않았음을 용서하십시오

나라와 겨레를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에게 나라와 겨레가 있는 고마움을
소중한 축복으로 헤아리기보다는
비난과 불평과 원망으로 일관했으며
큰일이 일어나 힘들 때마다
기도하기보다는
“형편없는 나라” “형편없는 국민”이라고
습관적으로 푸념하며
스스로 비하시켰음을 용서하십시오
가족과 이웃에 대한 사랑의 의무를
사랑으로 다하지 못하고 소홀히 했습니다
바쁜 것을 핑계 삼아 가까운 이들에게도
이기적이고 무관심하게 행동했으며
시간을 내어주는 일엔 늘 인색했습니다

깊은 대화가 필요할 때조차
겉도는 말로 지나친 적이 많았고
부정적이고 극단적인 말로
상처를 입히고도
용서 청하지 않는 무례함을 거듭했습니다

연로한 이들에 대한 존경이 부족했고
젊은이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으며
병약한 이들에 대한 연민과 배려가
부족했음을 용서하십시오

자신의 존재와 일에 대해
정성과 애정을 쏟아 붓지 못했습니다
신뢰를 잃어버린
공허하고 불안한 눈빛으로
일상생활을 황폐하게 만들었으며
고집, 열등감, 우울함으로
마음의 문을 닫아
남에게 부담을 준 적이 많았습니다

맡은 일에 책임과 정성을 다하지 못하고
성급한 판단으로 일을 그르치곤 했습니다
끝까지 충실하게
깨어 있지 못한 실수로 인해
많은 이에게 피해를 주고도
사과하기보다는
비겁한 변명에만 급급했음을
용서하십시오

잘못하고도 뉘우칠 줄 모르는 이가
아니 되도록
오늘도 우리를 조용히 흔들어주십시오
절망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이들에게
첫눈처럼 새하얀 축복을 주십시오
한 해의 끝자락에
용서와 화해를 서둘러야 할 이때
‘난 절대로 용서 못 해’
‘죽어도 화해 못 해’
‘한 번 아닌 것은 절대로 아니라니까’
이렇게 말하는 우리가 아니 되게 하소서

우리의 모든 날들은 용서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이고 선물임을 다시 알게 하소서
죽을 만큼 힘들더라도
우리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넓게 시원하게 용서하는 그 순간에
우리는 날개가 없더라도
천사가 되는 것임을 알게 하소서
새해엔 어떤 선물보다도
‘용서하는 마음’을 들고
가족과 친지들에게 다가가는
용서천사가 되게 하소서

이제 우리도 다시 시작하고
다시 기뻐하고 싶습니다
희망에 물든 새 옷을 겸허히 차려 입고
우리 모두 새해의 문으로 웃으며 들어서는
희망의 사람들이 되게 해주십시오

“병과의, 자신과의 선한 싸움”을 하고 있는 이해인 수녀님은 요즈음 전에 읽었던 좋은 책들을 다시 읽기도 하고, “마음이 절로 밝아지는” 첼리스트 요요마의 첼로곡을 들으며 묵상의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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