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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해인글방 소식
  작성일 : 2008-07-02

권영상

 

펴면 아무것도 없는
빈 들판
바람만이 지나가는-
그러나 그 손으로
등을 두드려주면
마음이 든든해지고
그 손으로 악수를 청하면
내 마음이 건너가는
다리가 된다

 

조약돌

이무일

 

 수천년을
 갈고 닦고도
 조약돌은 아직도
 물 속에 있다
 아직도
 조약돌은
 스스로가 부족해서
 물 속에서 몸을 씻고 있다
 스스로를 닦고 있다

 

* 여러분 안녕하세요? 위의 동시 두 편에 나오는 손과 조약돌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인사를 전합니다.제가 이분들의 동시들을 참 좋아하는데요.  여기 다 열거할 순 없지만 권영상 박두순 김종상 신현득 신형건 이준관 이창건 이무일 하청호 ...이런 분들의 동시들이 저는 참 좋습니다.

 

* 비가 많이 올 적마다 저는 살구나무 아래 가서 살구를 주워다 깨끗이 씻어 휴게실에 갖다 두면 수녀님들이 오며 가며 하나씩 드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지난 봄 제가 유치원 어린이들과 흐드러지게 핀 살구꽃 아래서 사진을 찍었는데 꽃이 진 그 자리에 열매가 주렁 주렁 달려 있는 것이 퍽도 신기하였답니다. 가끔 우리 식탁에 후식으로 살구나 비파가 올라오면 <우리집 마당표 살구입니다. 비파입니다>하는 쪽지가 곁들여 있는 것도 정다웠습니다.

 

* 요즘 제가 보고자 하는 책들은 : <교부들의 성경주해>( 앤드루 라우스.하성수 역/분도),<세기의 기도>(이현주 옮기고 엮음/삼인),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안도현/창비), <마지막 강의>(랜디 포시/살림),<검은 땅에 핀 초록빛 꿈>(클레어 A.니볼라 글.그림. 김정희 역/베틀 북), <간절하게 참 철없이>(안도현/창비),<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마하트마 간디 김태언 역/녹색평론사), <그는 걸어서 온다>(윤제림/문학동네),<혼자일 때 그곳에 간다>(박상우/시작), <날아라 어제 보다 조금 더 멀리>(윤무부 글 사진/마음의 숲),<낭만적 밥벌이>(조한웅/마음산책), <네가 걸으면 하느님도 걸어>(홍순관/살림)등 입니다. 한 동안 책 이야길 전하지 못하였지요? 자주는 아니라도 동네 책방에 가서 책을 보거나 구입하는 일은 행복해요

 

* 지난 6월에는 청주교구 김훈일 신부님의 북한에 대한 특강을, 서울 교구 이재돈 신부님의 환경신학에 대한 특강을 들었답니다. 저도 6월에 몇 군데 강의를 가며 좋은 이웃들을 만났었고 특히 상주 서문동 성당에 갔을 적엔 우리 수녀원에서 함께 생활했던 옛벗들을 만나 아주 잠시지만 회포를 풀기도 했지요.

 

* 올 하반기는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이웃 위한 기도의 계절로 정했습니다. 지금 제 가방 안에는 기도를 필요로 하는 편지가 몇 통 들어있답니다. 평소에 착하고 모범적인 결혼까지 한 아들이 어쩌다 알게 된 여인의 심부름으로 그녀를 괴롭히던 나이 많은 남자를 같이 죽이고 교도소에 있게 된 사연을 적은 어느 엄마의 눈물겨운 편지, 가벼운 우울증을 앓던 주부가 어느날 말 안 듣는 십대소녀인 딸과 동반자살을 꾀하다 딸만 죽고 자신만 살아남은 데서 오는 고통의 이야기들이 적힌 편지 등등... 사연들도 다양하답니다. 저는 종종 편지로 담 안에 있는 이들에게 용기를, 남아있는 가족들에게는 전화로 작은 위로를 전하고자 하지만 그 마음들을 제가 어찌 다 헤아릴 수가 있겠습니까.

 

* 배우 양미경의 팬카페 <단아미> 회원들 중 일본에서 노르웨이에서 저에게 종종 편지를 보내오는 독자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처음엔 영어로 적다가 어느새 한글을 배워 한글로 거의 완벽한 편지를 보내오는 것을 보곤 얼마나 놀랍던지요. 누굴 좋아하면 그가 사는 나라의 글과 말을 배우고 싶은게지요. 어쨋든 자극을 받고 저도 무어든 더 열심히 배워야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하였답니다.

 

* 7월11일 성 베네딕도 축일 축제에서는 <다시 보는 osb 뮤지컬 명장면>이라는 제목으로 백설공주, 꿈쟁이 요셉, 레미제라불,성 김대건의 몇 장면들을 수녀들이 패러디 해서 공연하는데 저는 파라오 왕 앞에서 2분 정도 춤을 추는 열명의 무희(?)중의 한 명으로 발탁이 되어 꼭짓점 댄스, 텔미 댄스, 밸리 댄스 등이 적당히 접목된 일명 이집트 춤 배우느라 연습할 적마다 즐거운 웃음꽃이 핀답니다. 젊은 예비수녀들에게 나이 든 수녀들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효과도 있기에 평소엔 진지하고 근엄한 표정을 하는 원장, 수련장도 포함되어 있고 무희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주로 출연을 하는데 저는 그래도 비교적 유연한 동작을 잘 하는 셈이지요. 안 한다고 계속 버티다가 수도복 위에 걸치는 의상이 제법 화려하여 출연을 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식구들끼리의 잔치라 여러분이 볼 수 없음이 유감이네요. 호호호

 

* 7월 중순 이후에는 분당에 있는 내정중학교와 성남에 있는 이매중학교 그리고 대전연수원에서 교사들 대상으로 문학 수업이 있고요. 그 이후로는 제주도에서 몇 가지 강의가 있어 간 김에 3일간은 휴가를 할까 생각 중입니다. 언제 가도 제주의 오름과 바다는 저에게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안겨 주곤 합니다. 쓰고 남은 며칠의 휴가는 오는 9월 초 어머님 1주기 기일에 사용하려고 저축해 두었지요. 일년에 2주인 휴가를 아주 지혜롭게 사용해야만 차질이 없답니다.
뜰에는 분꽃, 치자꽃들이 많이 피어 하늘나라 가신 제 어머니를 더 많이 기억하게 하네요. 어머니 가신 뒤에 피는 어머니 좋아하는 꽃은 볼수록 더 아름다운 그리움을 자아내곤 합니다. 한 여름의 자연적인 더위를 잘 견디려면 올해도 많은 인내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힘들지만 여름을 잘 견디시며 즐겁게 보내시길 기도합니다.
                 
                                           순수한 영혼 (이진명)

 

금은 순도가 높을수록/휜다 구부러진다/잘된 반죽과도 같아/만들고싶은 모양을 더 쉽게 한다
다이아몬드는 순도가 높을수록/단단하다 깨지지 않는다/흠집 생기지 않고 더 빛난다
각고의 기술이 있어야/모양 이룰 수 있다
사람도 순도가 높을 때는/부드럽고 따뜻한 탄력이 있어
받아들일 줄 알고/폈다가 구부릴 줄 알아/어느 모양에도 매이지 않는다
금과도 같이 또 다이아몬드와도 같이/스스로 강하고 빛나
거친 환경이나 떠도는 말에 영향 받지 않고/안으로 제 자신을 단련 한다
금이거나 다이아몬드이거나 사람이거나/순도가 높을수록/어느 길을 갈지라도
모자라거나 넘치지 않게 변함없어/순금이 되고 천연다이아몬드가 되고/그리고 순수한 영혼이 된다

제가 좋아하는 이진명 시인의 시 한 편에 제 마음을 담아 드려요
여러분 역시 순도 높은 순금이 되고 천연다이아몬드가 되시길 바랍니다.


안녕히!<해인 글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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